독후감

변화가 무서운 당신에게 - ‘인간 실격’을 읽고

이동무 2023. 9. 22. 20:00

 

“절망은 마음 안에 있다.”

 

'인간 실격'은 소설이다. 근데 나는 읽으며 자기계발서가 떠올랐다. 우리가 흔히 읽는 자기계발서에는 당연한 말들이 써있다. 인생은 마음 먹기 나름이다. 긍정적인 생각이 나를 만든다. 마음 안에 천국과 지옥은 본인 하기 나름이다 등 으레 듣던 말이다. 

 

과거, 나는 이런 말들이 적혀 있는 책들을 보면 정말 한숨만 나왔다. 너무도 당연한 말들이 써있기에 굳이 돈을 주고 구매해서 읽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나는 “이런 책을 돈을 주고 사서 읽는 사람들은 무엇을 하는 인간들일까?”라며 조소를 보내기도 했다. 

 

상황이 달라졌다. 어느덧 마음 한켠에 자리 잡은 악마는 나에게 속삭인다. 너는 할 수 없고, 당연히 실패할 거라 언급한다. 인생은 망가지고 자존감은 한없이 낮아진다. 한번 시작한 자기비판은 비난을 넘어서고 인격살인을 자행한다. 

 

나를 돌아본다. 스스로를 향해 통렬한 비판을 가한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 해야할 일을 고민한다. 나는 글을 읽고 쓰고 싶다. 책을 산다. 평소 거들떠 보지도 않던 자기계발서에 손이 간다. 어릴적 읽었던 내용과 다르지 않다. 다만 내 마음이 다르다. 내용이 새롭게 다가온다. 

 

긴 시간 속에서 인생 바닥을 치고 올라오니 자기계발서를 읽는 이유를 알게되었다. 자기계발서는 ‘정수’라고 생각한다. 각자가 겪었던 아픔을 극복하고 정상적인 삶을 살기 위해 선조들이 모아온 지혜 모음집이다. 

 

인간실격을 읽는 내내 불편한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주인공이 걸어가는 인생길이 너무도 암담하기 때문이다. 시작은 사소하다. 무엇이든 시작은 사소한 법이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이 된다는 속담처럼 언제나 그렇듯 시작은 늘 별 거 아닌 일부터 진행된다. 

 

주인공은 속마음을 감추기 위해 스스로를 광대처럼 웃긴 사람으로 만들어 주위 사람들에게 웃음을 준다. 정작 주인공 마음에 있는 불안감과 속내는 다른 이들이 알아차리지 못한다. 어색하고 불편한 관계가 싫어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만든다. 

 

어느 누구에게 자기가 겪는 상황을 설명하지 않는다. 마음을 열지 않고 상황을 희화화한다. 웃어 넘기면 된다는 식이다. 나는 이부분에 정말 많은 공감이 갔다.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내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다. 내 치부가 드러나 손가락질 받을까 무섭다.꼬여버린 실타래는 쉽게 풀리지 않는다. 풀기가 무서워 그냥 두거나 더욱 꼬아버린다.   

 

마음 둘 곳 없는 주인공은 정착할 곳을 찾게된다. 허나 그곳에서도 마음에 상처를 받는다. 아니 상처를 받지 않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주인공은 도망친다. 모든 상황이 두렵기 때문이다. 곪아버린 마음에 상처가 더해져 나락으로 빠지는 주인공이다. 

 

현실을 바꿀 상황은 언제나 존재한다. 주인공은 모든 순간 도망친다. 아마 주인공 마음 안에는 무기력과 패배주의로 가득하지 않았을까? 

 

독서 이후 책이 주는 여운은 온전히 나만 느낀다. 책을 읽으며 이런 역한 감정을 느낀 적이 없다. 주인공이 겪었던 모든 상황에 연민보다 역한 감정이 먼저 올라온다. 

 

주인공이 겪었던 상황과 현실에서 내 자신이 보였기 때문이다. 나를 돌아본다. 언제나 기회는 있었다. 나는 기회를 스스로 놔버렸다. 모든 현실에 무서움을 느껴 도망갔다. 

 

깊은 감명을 준 구절이 있다. 

 

“겁쟁이는 행복조차 두려워하는 법입니다.”

 

주저 않고 행복을 느끼기 위해 움직인다. 내가 움직이고 무언가를 던졌다는 사실에 기쁘다. 

 

만족감을 느끼는 하루다. 

인간 실격(다자이 오사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