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문과주의보 발령 - ‘쿼런틴’을 읽고

이동무 2023. 9. 12. 20:00

양자역학과 확산, 수축, 지구를 둘러싼 어두운 물질.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전형적인 문과 출신으로 과학적 지식이 쉽게 말해 1도 없다. 내가 아는 과학적 소양은 아르키메데스가 외친 유레카 정도다. 

 

살면서 처음으로 하드 SF 소설을 읽었다. 전에 읽은 소프트 SF 영향으로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 SF 재미를 느끼게 됐으며 과학적(?) 호기심은 계속 커졌다. 

 

쿼런틴은 재밌는 책이다. 유괴와 납치 사건으로 시작해 추리물 느낌을 나타내다가 공상과학 소설로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물론 순수 문과적 생활을 지냈던 사람들에게 책에서 사용된 개념은 상당히 어렵다. 

 

말로만 듣고 실체를 알기 어려웠던 내용들 때문이다. 확산과 수축, 양자 등 읽을 수 있지만 뜻을 알기 어려운 개념들이다. 

 

처음 책을 읽다 보면 뜻을 몰라 사전을 찾으며 한 페이지씩 넘어간다. 하지만 이내 사전 찾기를 포기하고 흐르는 대로 읽는다.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그저 흘려보내고 전진한다. 

 

사실 책 내용 중 많은 부분에서 이해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책은 상당히 재밌다. 감성적 생활에 익숙하고 문과적 사고방식에 물들어져 있던 내게, ‘쿼런틴’은 새로운 시야를 갖게 해 줬다.

 

‘양자역학’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개념을 머리속에 심어줬다. 물론 나는 양자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며 세상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새로운 개념이 내게 왔기 때문에 나는 그 개념을 알기 위해 탐구하고 알아보려고 노력한다. 궁금한 부분은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책 내용 외에 적을 부분이 그리 많지 않다. 일단 책에서 사용된 개념들이 익숙하지 않고 어려웠기 때문이다.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책 내용은 적지 않을 것이다. 

 

쿼런틴 독서를 통해 새로운 장르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나는 일반 문학과 인문 교양 도서에 관심이 많았다. 자연과학과 SF는 내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제는 다르다. 편식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를 읽고자 한다. 유튜브는 알고리즘을 통해 내가 좋아하고 자주 봤던 영상만 내게 추천한다. 나는 그런 방식을 원치 않는다. 편협해지지 않겠다. 

 

1cm라도 넓은 시야를 갖고싶다. 

쿼런틴(그렉 이건)